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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05) 테이퍼링이 뭐기에

by 은빛의계절 2021.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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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LJH/340123/view

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05) 테이퍼링이 뭐기에

경제회복 위한 돈풀기 규모 ‘점진적으로 줄인다’는 의미 미 연준, 코로나 사태 대응해 1200억달러 규모 채권 사들여 금융시장 통화정책 정상화 땐 주가 폭락·금리 폭등 우려 요즘 경제 뉴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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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05) 테이퍼링이 뭐기에
입력 : 2021-06-21 00:00

요즘 경제 뉴스에 ‘테이퍼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의 테이퍼(Taper)에서 파생된 말로, 무언가 점차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말이 금융과 투자의 세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중앙은행이 경제회복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많이 풀고 있는 돈을 줄인다는 것이다.

테이퍼링이라는 단어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양적완화’라는 말부터 이해해야 한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간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미 연준)는 2007∼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교과서엔 나오지 않는 파격적인 돈 풀기 정책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양적완화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정부나 금융기관의 채권을 대량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경제가 거의 아사지경이었기에 극약 처방을 써야 했던 것이다. 당시 미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서 상황의 절박성을 읽을 수 있다.

비상대책은 문자 그대로 비상 시에 쓰는 수단이다.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거둬들여야 한다. 대규모 돈 풀기는 언젠간 인플레이션이라는 더 큰 고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양적완화를 일시에 거두면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오기에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서 버냉키 전 의장이 테이퍼링이라는 점잖은 표현을 생각해냈고, 2013년 처음 썼다.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던 수도꼭지를 조금씩 잠가 물줄기를 가늘게 만드는 것처럼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미 연준은 테이퍼링에 착수해 아주 조금씩 천천히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경제가 일시에 냉각되자 수도꼭지를 다시 최대한 열어야 했다. 미 연준은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다시 착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도 매월 미국 국채 800억달러어치와 주택담보증권 400억달러어치 등 총 12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제 경제가 정상화해 가니 그 수도꼭지를 다시 잠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시장의 생각이다. 물론 테이퍼링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미 연준이고, 미 연준은 아직 테이퍼링의 시기에 대해 공식 논의한 적이 없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최근 “테이퍼링을 논의할지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며 슬쩍 운을 뗀 정도다.

중요한 것은 테이퍼링이 돈 풀기의 중단이 아니라 돈 풀기의 축소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즉, 미 연준이 채권을 사들이는 규모를 줄인다는 것이다.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것, 혹은 정책 금리인상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테이퍼링은 긴축의 전주곡이기에 무섭다. 미 연준은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경우 ‘채권 매입 축소(테이퍼링)→금리인상→만기가 돌아온 채권에 재투자 중단’의 순서로 간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몇년 전 미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해 언급할 때 주가가 폭락하고 시중금리가 치솟는 발작 현상이 벌어지고, ‘테이퍼링 발작’이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에 중앙은행은 시중은행 사이에서 하루 이틀짜리 돈이 오가는 초단기 자금시장을 통해 금융시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돈의 도매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장에 중앙은행이 들어가 돈을 풀거나 조여 그 시장의 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면 채권시장이나 은행 대출 등 다른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이 미쳤다. 중앙은행으로선 적은 실탄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양적완화는 이런 간접적 방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비상 시의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기존에 놀던 좁은 물, 즉 초단기 자금시장에서 벗어나 큰 바다인 국채나 주택담보증권 같은 주요 채권시장에 직접 들어가 대규모 채권을 대량으로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은 순리다. 하지만 그것이 고통을 요구하기에 어렵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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