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ibric.org/bric/trend/bio-news.do?mode=view&articleNo=9863800
논문 원문: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ma.202302996
사고에 의한 시각 손상, 황반변성, 당뇨성 등의 망막 질환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들에게 ‘인공 망막’ 기술은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인공 망막 연구는 실제 인체에 적용하기 전 실험동물에 망막 질환이 발생하도록 유도한 후 인공 망막 기술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연구비가 쓰이고, 냄새나 소리 등 시각 이외의 감각 정보로 인한 쥐 행동의 변화를 인공 망막에 의한 것으로 오인하는 등 예상치 못한 실험적 변수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응성 신경세포 스페로이드 기반 눈-뇌 인간 시각 모사 모델
눈과 시신경, 뇌로 이어지는 사람의 시각 시스템을 하나의 디바이스안에 광반응성-신경세포(photospheroid) 스페로이드를 활용하여 모사한 모델을 제작함. 신경세포 안에 인간 광수용체 옵신 단백질을 생산하여 빛에 대한 반응성을 기능추가 하였고, 디바이스 안에 일반-신경세포(intact spheroid)와 배치하여 신경네트워크를 형성하였음. 왼쪽 광반응성-신경세포에 빛으로 자극하면, 신경돌기를 따라 일반-신경세포로 신경신호가 전달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김재헌 박사, 송현석 박사팀과 뇌융합기술연구단 김홍남 박사팀이 생체 외 세포 실험을 통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시각 기능을 갖는 인공 광수용체를 제작하고, 이 인공 광수용체에서 빛을 받아 생산된 전기적 신호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간의 망막은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란색 세 가지 색감을 구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하고, 간상세포는 명암을 구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한다. 인간의 눈은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망막에서 맺혀 상을 형성하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사물을 본다.
기존의 인공 망막 연구는 단일 신경세포에 전자천공법을 사용하거나 바이러스-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인공적으로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시키기 전에 신경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괴사하는 문제가 있었다.
KIST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기능성과 생존력을 높인 스페로이드 (spheroid)라는 세포 군집을 광수용체 발현을 위한 플랫폼으로 이용함으로써 세포 간 상호작용을 증대하여 안정적으로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2차원 세포배양 시 광수용체 단백질을 주입했을 때 50% 이하의 신경세포들만 생존했다면, 신경 스페로이드를 활용하면 80% 이상의 높은 생존율을 가지게 된다.
KIST 연구진은 명암을 구분하는 로돕신(~490nm)과 색 구분을 위한 청색 옵신(~410nm) 단백질을 발현하여 각각 청색과 녹색에서 선택적인 반응성을 가지는 스페로이드를 제작했다. 연구진이 제작한 스페로이드는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색과 동일한 파장에서 반응을 일으켰다.
그 후 눈을 모사한 광반응성 신경 스페로이드와 뇌를 모사한 일반 신경 스페로이드를 연결한 디바이스를 제작하고, 일반 스페로이드까지 신경전달이 확장되는 과정을 형광 현미경을 통해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즉, 인간의 뇌가 어떤 과정에 의해 망막에서 발생한 신호를 다른 색으로 인지하는지 탐색이 가능한 시각신호 전달 모델을 만든 것이다.
KIST 김재헌 박사는 “인공 광수용체의 시각신호 전달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증함으로써 동물실험 의존을 줄이고 연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인식할 수 있는 스페로이드를 생산해 시각 관련 질환 및 치료에 대한 테스트 키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KIST 내 부서 간 융합연구를 통해, 도전적이고 인류에 공헌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 사업을 통해 개발되었다. 연구팀은 향후 사람의 망막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되었다.
* 논문명: Eye-mimicked neural network composed of photosensitive neural spheroids with human opsin proteins
□ 논문
○ 제목: Eye-mimicked neural network composed of photosensitive neural spheroids with human opsin proteins
○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 게재일: 2023년 6월 28일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302996
□ 저자
* 공동 교신저자 3명, 공동 제1저자 4명
○ 김재헌 책임연구원 (교신저자 / 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 김홍남 책임연구원 (교신저자 / KIST 뇌과학연구소 뇌융합기술연구단)
○ 송현석 책임연구원 (교신저자 / 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 박병호 선임연구원 (제1저자 / 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 방석영 교수 (제1저자 / 동국대학교 의생명공학과) *
* 연구 수행 당시, KIST 뇌과학연구소 뇌융합기술연구단 소속 박사후연구원
○ 황경섭 박사과정 (제1저자 / /KIST 뇌과학연구소 뇌융합기술연구단)
○ 차연경 박사후연구원 (제1저자 / 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 연구배경
본 연구에서는 생체 외 세포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시각 기능을 갖는 모사 모델을 개발하여 동물 임상 적용 이전에 인공 광수용체에서 생성되는 광-전 신호의 전달을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였습니다. 인공 광수용체의 광-전 신호 전달 가능성을 검증함으로써, 동물 임상 이전 사전 검증을 통해 연구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기능 검사가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관련 연구진들의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플랫폼 구성요소인 인간의 시각 기능을 갖는 인공 신경세포는 이식을 통한 망막 치료 기술에 적용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고, 추후 동물과 임상 실험에 적합한 형태로 생산하여 테스트해볼 예정입니다. 망막 세포 등을 포함하는 시각 신경 세포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환자를 돕기 위한 시각 복원 기술은 절실합니다.
안경, 렌즈와 같은 시각 보조기구를 넘어, 상실한 시각을 복원하는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약물 치료, 유전공학적 접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망막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줄기세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적으로 생체를 생산하여 이식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체에 적용할 의료기술로써 연구 과정에서 동물실험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연구 비용 부담과 적합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실험하려는 동물에 망막 질환이 발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고, 치료기술을 적용한 뒤 검증하는 단계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연구비가 지출되고, 예상치 못한 실험적 변수들이 기술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쥐를 활용한 행동 실험을 진행할 경우, 눈을 치료하여 쥐의 행동에 변화가 온 것인지 냄새나 소리와 같은 다른 감각 정보를 통해 발생된 결과인지 분별하기 어려워 실험 횟수를 늘려야 하고, 다른 정보에 대한 반응을 제거하기 위한 부가적인 실험 설계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 연구내용
인간의 옵신 단백질 (인공 광수용체)이 발현된 신경세포 스페로이드(spheroid)를 생산하여 눈에서 시작되어 뇌까지 전달되는 신호를 모사할 수 있는 신경연결 플랫폼을 개발하였습니다. 신경세포는 타 조직세포 대비 수명이 짧고 생존력이 약하여 단백질 발현을 위한 유전자 적용이 어렵습니다. 초기에는 단일 신경세포에 전자천공법(electroporation)을 사용하거나 바이러스-유전자(Lentivirus) 주입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였으나 단백질 발현 이전에 신경세포들이 기능을 잃거나 괴사하였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경세포를 군집형태로 만들었고,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증대하여 단백질 발현에 성공하였습니다. 신경세포 군집은 유전자 주입에 의한 스트레스에 단일 세포보다 회복력이 좋았고, 유전자 정보를 읽고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생산하였습니다.
명암을 구분하는 로돕신(~490nm)과 색 구분을 위한 청색 옵신(~410nm) 단백질을 발현하여 빛 파장별 선택적 반응성을 갖는 스페로이드를 제작하였습니다. 각각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색과 동일한 파장에서 반응을 일으킵니다.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4가지 옵신을 모두 발현하여 통합적으로 구성된 스페로이드 생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색 구분이 가능한 광반응성 스페로이드는 외부에서 받은 빛 정보를 신경신호로 전환하여 세포 몸체에서 외부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신경세포에서 뻗어 나온 신경다발인 엑손(axon)을 따라 방사적으로 신호가 전달되며, 저희는 일반 신경세포로 구성된 스페로이드를 배치하여 두 스페로이드간에 엑손을 통한 신경전달 과정을 분석하였습니다.
눈과 뇌를 모사한 광반응성 스페로이드와 일반 스페로이드는 중앙 통로를 통해 시신경처럼 신경다발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됩니다. 자극받은 조직에서 감각을 느끼는 조직으로 전달하는 과정을 간단한 플랫폼을 제작하여 구현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더 복잡한 구조와 신경세포 구성을 통해 시각 관련 질환 및 치료에 대한 테스트 키트로 발전시킬 예정이며, 사람의 망막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이식을 통한 시각 복원에도 응용해볼 생각입니다.
○ 기대효과
본 연구에서는 생체 외 세포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시각 기능을 갖는 모사 모델을 개발하여 동물 임상 적용 이전에 인공 광수용체에서 생성되는 광-전 신호의 전달을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였습니다. 해당 연구는 도전적이고 불가능에 가까운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인류에 공헌하는 세계 ‘최초’가 되는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는 KIST 그랜드 챌린지 (GRaND Challenge) 사업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Advanced Materials (Impact factor: 32.086, JCR 상위: 2.12%) 저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센서시스템연구센터, 뇌과학연구소-뇌융합기술연구단 등 KIST 내 부서 간 융합연구를 통해 KIST의 특성인 다학제의 장점을 최대화한 연구로 판단됩니다.
연구결과 문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인공 광수용체 기반 시각 복원 기술을 다년간 연구하며 과거 2018년에는 옵신 단백질 생산(논문 게재, Adv. Mat. 30, 27, 2018, 1706764)에 성공하였고,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 단위로 확장하여 신경세포에 옵신 단백질을 적용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인공적으로 시각 관련 생체 샘플들을 제작하는 데 집중하였고, 신경 회로 제작 및 실제 동물 망막에 적용하기 위한 실험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과거 쥐나 소, 원숭이와 같은 동물의 안구를 이용하여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뤘으나 해당 연구의 주안점은 인공적으로 제작한 광수용체에서 빛을 받아 생산된 전기적 신호가 다른 매개체로 전달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을 최종 목표로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본 연구팀에서는 신경세포에 인간 눈의 기능을 적용해 모사 모델을 디자인하여 감각기관에 가까운 생체기반 디바이스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세포 군집(spheroid)을 형성하여 신경세포의 생존력과 기능성을 높였으며, 인간 광수용체 옵신 생산 능력을 강화하였습니다. 단순 단백질 생산뿐만 아니라 외부 빛에 대해 신경세포가 반응하고, 외부로 반응 신호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성하여 눈과 시신경, 뇌를 모사하는 디바이스로 개발하였습니다.
신경 스페로이드와 인공 광수용체를 체외에서 결합하는 건 처음입니다. 신경 스페로이드 자체는 이미 많이 상용화되어있는 세포를 뭉치는 기술이지만, 기존에 연구되었던 단순 신경 스페로이드 또는 오가노이드의 배양이 아닌 광수용체가 발현된 신경 스페로이드(눈)와 단순 신경 스페로이드 (뇌) 사이에 회로를 구성하여 시신경을 구현했다는 것이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입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일차적으로 생체 외 시스템 기반에 시각 질환 및 치료 기술 테스트 키트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망막 내 시각 세포들을 추가 생산하여 망막 층까지 묘사한 디바이스로 발전된다면, 시각 질환의 원인을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손상된 망막 층을 모사한 디바이스를 제작하여 망막 질환 치료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키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 미래에는 인간의 망막 내 세포들을 자유자재로 생산하고 세포층까지 구현하여, 시각 손상이 심한 분들에게 이식을 통한 치료 기술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최근 혈관이나 뇌 조직을 모사한 키트가 출시되어 연구 및 관련 산업에 인공 생체조직 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저희 디바이스도 꾸준히 개발하여 바이오칩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켜보고 싶습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인간에게 무해한 인공 시각 조직을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망막과 관련된 신경세포로 분화하기 위한 기술이 아직 미성숙하여 대부분 연구 경험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시각 분야 인공 생체 개발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