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경기력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제22회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11월 21일(월) 새벽 경기를 시작으로 약 3주간 세계를 뜨겁게 달구게 될 축구 축제. 골네트를 뒤흔드는 시원한 슛과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마음은 한참 들뜬다.
이미 스포츠 속에 많은 과학기술이 접목돼 있다고 알려진 것처럼 축구도 역시 그렇다. 경기 자체의 과학원리부터 경기력 향상, 코칭과 전략, 심판 판정 확인까지 과학기술의 힘이 닿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준비운동처럼 축구의 재미를 가열하기 위해 축구 속 과학기술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축구의 생명, 공인구
올해 카타르의 녹색 잔디를 누비게 될 공인구는 ‘알 릴라(Al Rihla)’다. 아랍어로 ‘여행’이라는 의미를 갖는 역대 14번째 공인구이며, 기존의 어떤 축구공보다 빠르고 정확한 비행이 예측된다.
축구는 공을 가지고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공’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매번 올림픽마다 스타 선수 못지않게 공인구가 집중을 받고, 또 공인구 제작에 과학과 기술이 집중되는 이유다.
축구공은 쉴새 없이 선수들의 발을 통해 전해지는 압력을 견디면서 향상을 유지해야 하고, 온도와 기후 같은 변수에도 강한 소재로 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패스와 슛 동작 시 공기와의 마찰력을 줄여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축구공은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완벽한 구형을 추구한다.
예전 축구공은 보편적으로 흑색과 백색의 오각형과 육각형 외피 32개로 만들어진 공이다. 가장 완벽한 구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다면체 정리’에 근거한 모형인데, 이후에도 축구공은 다면체의 조각 수와 모양이 변형되며 더 견고한 구형을 찾아 진화하는 중이다.
선수의 몸을 지키는 갑옷, 유니폼
올해 카타르에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은 본선 조별리그 경기에 모두 빨간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본선 세 경기 모두 빨간색 옷을 입는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이라고 알려졌다.
매회 월드컵이나 주요 경기마다 약간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은 주로 붉은색을 사용해 왔다. 빨간색은 색채 심리학에서는 적극성과 강인함을 상징하고, 우리나라 전통문화에서는 권위와 구복벽사(求福辟邪)의 의미를 갖는다. 이를 반영한 듯 이번 유니폼을 제작한 나이키는 “두려운 존재 없이 거침없이 맞서는 도깨비에서 착안하여 디자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녹색 그라운드와 대비되는 유니폼 색이 선수들을 더욱 강인하고 활동적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폼의 색이 이미지와 상징의 표현이라면 소재는 말 그대로 과학의 증거다. 전후반 90분을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 선수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유니폼은 점점 가벼워지고, 선수들의 피부와 옷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해 땀과 열의 배출, 건조가 빠른 소재로 진화 중이다.
최근 국가대표팀이 입는 유니폼은 축구 선수들의 움직임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만든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신체 중 땀이 많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흡습성 및 통기성 보강, 근육에 따라 피부에 마찰 되는 부분에 소재와 니팅에 정교화 기술을 반영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스포츠 과학의 힘이다.
선수와 하나가 돼 그라운드를 달리는 축구화
며칠 전 카타르 월드컵을 기념한 길이 5m, 높이 2m가 넘는 초대형 축구화가 공개됐다. 물론 선수가 신을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직접 신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화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렇다면 진짜 축구 선수들의 진짜 축구화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전 세계 슈퍼스타들이 신게 될 축구화를 개발·제작하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선수의 발과 하나가 되어 경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라운드를 달리며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용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구화는 종류와 소재가 다양하고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신발을 선택해 신는다.
기본적으로 축구화는 선수들이 신고 엄청난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가볍고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 이런 축구화를 만들기 위해 밑창에는 가볍고 내구성 강한 소재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페백스(Pebax)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마라톤에서 이 소재를 사용한 운동화를 신고 기록 경신을 한 사례가 많다고 알려졌다.
또, 그라운드와의 마찰력을 적당히 가해 방향 급전환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축구화는 스터드를 조절해 만든다. 스터드야말로 그라운드 상태에 따라 세심하게 선택해야 하는 조건이다.
주로 천연 잔디에서는 FG형, SG형 축구화를 착용한다. FG형은 10mm의 짧은 고무 스터드가 12~13개 부착돼 있으며 마른 잔디에 특화된 신발이다. 잔디가 짧고 거친 우리나라에서 쓰기 적당해 우리 선수들이 주로 FG를 착용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SG형은 13~15mm의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의 금속 스터드가 앞에 4개, 뒤에 4개 박힌 신발이다. FG보다 더 무겁고 더 긴 스터드를 사용해 습기가 많아 유럽의 잔디 구장처럼 축축한 땅에 깊이 박혀 달릴 때 미끄러지지 않게 도와준다.
포지션별로 선호하는 축구화도 차이가 있다. 보통 수비수나 골키퍼는 공격수의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해야 해서 땅을 박차고 나가는 반동을 이용하려고 높은 스터드를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민첩하게 움직이는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길이가 짧고 적은 수의 스터드를 신어 무게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준비는 끝났다.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용구들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려 주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멋진 플레이에 응원할 준비를 할 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최종 우승은 ‘점쟁이 문어, 파울’이 아니라 AI가 예언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는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약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이 속출하는 장르다. 그렇다 보니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해도 승부를 예측하는 일은 무척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소개되는 AI 기반 경기 분석시스템이 제공하는 예측 정보가 80% 이상 높은 적중률을 나타내는 추세다. 독일 국가대표팀의 13개 경기 중 11개 경기 결과를 적중시키고 장렬히 자연사한 점쟁이 문어 ‘파울(Paul)’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말이다.
스포츠에 AI가 활용되는 것은 승부 예측뿐만은 아니다. 선수 코칭과 전략 분석, 심판과 판정, 경기 중계, 마케팅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AI가 적용돼 정교함을 더해가고 있다. 다수의 ICT 업계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한 AI 서비스 내놓고 이용자들의 관전을 돕는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AI의 적용점을 발견하고, AI에 의한 서비스를 누리면서 경기를 즐기는 건 어떨까.
※ ‘점쟁이’로 불린 문어 파울(Paul)은 2008년 UEFA 유로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독일 국가대표팀 13개 경기 중 11개 경기 결과를 적중시켜 유명세를 탔다. 2010 월드컵이 끝난 10월 26일에 독일 오버하우젠에 위치한 수족관 ‘시 라이프(sea life)’에서 자연사했다.
유능한 코칭 스태프, AI
월드컵의 영웅은 선수, 혼자만이 아니다.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려면 감독과 코치, 전략 분석가, 트레이너, 팀 닥터 등이 한 팀을 이뤄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앞으로는 팀 멤버에 ‘AI 코치’가 포함될 분위기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축구팀은 AI 코칭을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독일은 월드컵을 앞두고 ICT기업과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라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선수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측정하고, 이전에 치렀던 경기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선수마다 전략을 코치하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독일은 당해 월드컵에서 놀라운 득점력을 보이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유명 축구팀들 역시 AI 코칭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첼시는 2019년부터 러프버러대학과 협약을 맺고 코칭 AI를 사용 중이며, 리퍼풀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와 AI 기반 축구 코칭 시스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우리나라 프로축구에도 AI를 기반으로 한 부상 관리 솔루션앱을 활용하고 있다. 고도의 전략을 제시하는 AI는 아니지만,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을 분석해 피드백과 솔루션을 제시해 준다.
축구, 정확하게는 스포츠 분야에 AI가 활용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선수 및 경기 전반에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우는 일종의 데이터 사이언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후반 90분의 경기에 속한 모든 것이 데이터다. 선수들의 동작, 속도, 거리, 플레이 패턴, 기본 피지컬과 피로도 시간, 경기 상황과 외부 환경적 요인 등 모두 다 포함된다. 때문에 AI 코칭을 위해서는 먼저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사람의 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장면까지 촬영해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강화학습 혹은 모방학습하여 최선의 전략을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AI 코칭 시스템의 기본 구조다.
이번 월드컵 역시 매 경기마다 무수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전략을 코치하는 ‘축구를 만드는 사람과 AI’의 활약이 기대된다.
Again 2002, AI로 온라인 광장에서 응원하자
경기에 적용된 AI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를 응원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AI,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준비되어 있다.
먼저 경기 결과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결과 예측 서비스가 제공된다. 결과를 알 수 없어서 더 흥미롭지만, 결과를 예측하는 재미도 축구의 매력 중 하나. 그래서인지 이번 월드컵에서는 AI를 통한 결과를 예측과 예측 적중률 상향 소식이 많다.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AI를 활용하여 카타르 월드컵 경기 승부 예측 결과를 서비스 중이다. 월드컵에 출전했던 국가들의 과거 국제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예측하고, 가장 확률이 높은 스코어를 1위부터 3위까지 보여주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 경기의 결과 예측을 보면 다소 고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은 AI가 할 수 없는 우리의 몫이다.
한편 네이버, 카카오는 채팅 서비스를 확대하여 2002년 월드컵에 광장에 모여서 경기를 즐겼던 즐거움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채팅이 불편하다면 메타버스에서 만나 응원할 수도 있다. MBC는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협력해 로블록스에 ‘카타르 월드컵 메타버스’를 구축해 놓았다. 경기장과 선수들의 라커룸, 스포츠 중계석 등 가상의 공간에서 중계방송을 보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 응원도 할 수 있어 월드컵의 재미가 배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각으로 11월 24일(목) 오후 10시에 우리나라의 조별리그 1차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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