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191611
1월 10일은 영국 출신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보위는 음악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큰 족적을 남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예술인 중 한 사람입니다.
'대중음악의 피카소', '가장 영향력 있는 팝 아티스트' 등 사후 보위에게 헌사가 쏟아졌습니다.
그 중 가장 특별한 헌사는 독일 외교부가 내놓은 것일 겁니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
‘히어로즈’ 앨범 커버(출처: Discogs 웹페이지)
■베를린으로 간 마약 중독자
1966년 데뷔해 파격적인 음악과 패션 스타일로 스타가 된 보위는 심각한 마약중독자였습니다. 매일 코카인을 복용하며 환각 속에서 살며 기행을 일삼다가 1976년 베를린으로 향합니다. 정확히는 서베를린이죠. 보위는 베를린에서 약물 치료와 음반 작업을 병행합니다.
이때 나온 음반이 <Low(1977년)>, < "Heroes"(1977년)>, <Lodger(1979년)> 이른바 '베를린 3부작'입니다.
마약 중독이 주춤했던 보위의 건재함을 알리며 보위 음악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앨범들입니다.
베를린 3부작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앨범은 두번째 앨범이자 정규 12집 "Heroes"입니다.
특히, 동명 타이틀 곡은 지금도 독일 라디오 방송으로 심심찮게 방송되는 곡입니다.
베를린 장벽 근처에서 곡 작업을 하던 보위는 장벽 앞에서 키스를 나누던 연인을 보고 이 곡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벽을 사이 둔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는 내용의 가사는 장벽으로 가로막힌 베를린을 묘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장벽 넘어 울려 퍼진 "Heroes"
보위는 1987년 6월 7일 서베를린에서 공연을 합니다. 장소는 현 의회 건물이 있는 광장으로 베를린 장벽 바로 앞입니다. 베를린 공연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곡이 "Heroes".
그런데 보위가 이 노래를 부르자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장벽 넘어 동쪽에서 "Heroes"가 울려 퍼진 겁니다. 공연 소식을 들은 동베를린 주민들이 장벽 앞까지 몰려와 이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른 겁니다.
보위는 공연 중에 "장벽 반대편의 친구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보낸다는 말을 했고, 동독 주민들은 환호했습니다. 당황한 동독의 군경은 물대포를 쏘며 몰려든 주민들에 대한 해산에 나섰습니다. 당시 200명 넘는 동베를린 주민이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날 이 공연이 동베를린을 시작으로 동독 전역에 들불처럼 번진 자유를 향한 시위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잘 아시는대로 그로부터 2년 뒤인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집니다.
데이비드 보위 사망 후 독일 외교부는 SNS를 통해 그를 추모했다
데이비드 보위의 이날 공연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게 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직후 독일 외교부가 SNS를 통해 보위를 추모하며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걸 보면 실제로 독일 사람들에게 그날의 공연이 통일의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생전 데이비드 보위는 1987년의 공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내가 지금까지 한 공연 중 가장 감동적인 공연 중 하나였습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반대편에는 베를린 장벽에 가까이까지 온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둔 더블 콘서트 같았습니다. 벽 반대편에서 환호성과 노래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도 숨이 막힙니다." -2016년 롤링스톤 기사 중 보위의 2003년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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