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성은 왜 생긴 것일까?
출처:<KISTI의 과학향기> 제3551호 2020년 06월 22일
생명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잘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이상한 것이 있다. 그것은 곧 ‘성’이다. 왜 생물에게는 암컷, 수컷 같은 성이 생겼을까? 또 왜 세 개가 아니라 두 개 일까? 왜 생물은 유성생식을 할까? 이러한 질문의 생물학에서 아직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은 근본적인 질문이다. 다만 성의 발생과 유성생식의 이점을 설명하는 여러 가설이 있다.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유성생식이란 암컷의 생식세포인 난자와 수컷의 생식세포인 정자가 융합해 자손을 낳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자연에는 무성생식도 있다. 한 개체에서 새로운 개체가 자라 나오거나 몸이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눠진 뒤 없어진 몸의 일부가 다사 생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성생식은 유성생식보다 더 유리하다. 번식을 위해 짝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기하급수적으로 자손의 수를 늘릴 수도 있다. 유성생식이 가진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먼 과거의 어느 날 양성이 생기고 유성생식이 진화했다면 분명 특정 조건에서 무성생식을 압도하는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성은 유전적 다양성을 늘린다
가장 첫 번째로 제시된 가설은 유전적 다양성을 증가시켜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성생식은 원 개체의 유전자가 세대를 내려가며 똑같이 복제되는 것이다. 반면 유성생식은 무엇보다 두 개체로부터 유전물질을 혼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과정이다. 부모의 유전자가 섞이므로 세대를 내려갈수록 유전적 다양성은 증가한다. 이런 다양성은 자연선택이 작용할 수 있는 특성들을 늘려준다.
자연의 생물에는 개체마다 다양한 변이가 있고, 이런 변이 중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이 자연선택되어 자손에게 전해진다. 무성생식에서는 유전자가 그대로 복제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만 유성생식에서는 언제나 변이가 일어난다. 물론 이런 변이가 언제나 이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그때 그 환경에 잘 맞는 변이가 있다면 유전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다.
사진 1. 유성생식을 함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이 늘어난다. 유전적 다양성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변이를 제공한다. (출처: shutterstock)
성은 기생생물을 막고 복제 오류를 교정한다
두 번째 가설은 유성생식은 기생생물을 막기 위해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이 가설은 유성생식이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진화했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다양성은 기생생물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자연계에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기 위한 진화적 군비경쟁이 일어난다. 기생생물은 언제나 숙주를 이용하고자 하고 숙주는 이를 막으려 한다. 기생생물은 숙주의 유전자를 탈취해 자기자신을 복제한다. 그때 숙주가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유성생식을 해서 기생생물이 쉽게 침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유전적 다양성이 없으면 환경이 급변하거나 세균,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개체군 전체가 몰살할 수 있다. 공장식 축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연 상태와 달리 동물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없어 감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생생물이 손쉽게 숙주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성생식은 비용이 적게 드나 한순간의 변화로 모든 구성원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에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유성생식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가설은 성이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제한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말한다. 생물을 이루는 DNA는 끊임없이 복제되면서 잘못 복제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DNA에는 이런 오류를 교정하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교정으로도 복구가 안 되는 돌연변이는 늘 있게 마련이다. 무성생식하는 동물은 이 돌연변이가 자식에게 전부 전달되므로 해로운 돌연변이가 세포에 점점 누적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유성생식을 한다면 설사 해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다음 세대에 유전자가 섞으므로 돌연변이를 제거할 수 있다.
사진 2. 유성생식은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지만 또한 해로운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교정작용을 할 수 있다. (출처: shutterstock)
성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진화생물학자, 유전학자, 분자생물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가설 외에도 다른 가설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 가지 가설이 모두 독립적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유성생식은 무성생식보다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므로 어느 한 가지 이점만으로 선택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유성생식은 유전적 다양성을 늘려 환경에 적응하게 하는 동시에 바이러스 같은 기생생물을 막고 DNA의 오류를 교정하는 역할까지 다양한 이점을 주었기에 진화한 것일지도 모른다.
글: 이인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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